플레이할 때마다 경로가 재구성되는 로드트립 구조는 지금도 강력한 발상으로, 그 섬세함은 종종 과소평가된다. 만남이 서로 얽히고, 선택 하나하나가 집단의 운명에 무겁게 작용한다. 이미 지지자가 있는 작품이니 무명이라 부르기보다, 결이 살아 있는 정치적 각본이 두 번째 정독에 보답한다는 점을 짚고 싶다. 분기형 서사와 재플레이를 사랑하는 이에게 안성맞춤이다.
논쟁적인 윤리
열여섯에 히치하이크로 독재 체제를 탈출하는 일은 결국 거의 모든 것을 정당화해 버린다—주유소에서 슬쩍하고, 운전자를 속이고, 국경을 넘기 위해선 방해 공작이나 폭력마저 마다하지 않는다. 자유를 향한 갈망이 온갖 자잘한 범죄에 편안한 정당성을 입히고, 우리는 옳은 편에 선 기분으로 지폐 몇 장을 슬쩍한다. 탈출의 이상과 그리 깨끗하지만은 않은 처세의 간극이 여정에 씁쓸달콤한 맛을 더한다.